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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상승 흑환재생
手手相承 黑環再生

「수수상승 흑환재생」은 폐타이어의 순환을 통해 사물과 신체, 노동과 의례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산업 현장에서 버려진 타이어는 절삭 과정을 거쳐 신발 소재로 되살아나며, 이 과정에는 문래동 소공인의 기술과 경험이 깊이 스며 있다. 특히 에이스정공 조양연 사장이 제작한 절삭 기계가 중요한 매개가 된다. 전시장에서는 폐타이어 가공 장면이 투사되며, 산업적 부산물과 지역의 기술 기반이 교차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작품은 사라짐과 되살아남, 소멸과 변형이 공존하는 순간을 보여주며, 버려진 사물이 또 다른 삶을 획득하는 장면을 의례처럼 기록한다.

「권장잔영 귀신재형」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존재했던 뱅뱅복싱클럽의 흔적을 다룬 작업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체육관은 사진 자료와 기억을 바탕으로 3D로 재구성되며, 영상 속에서는 작가가 그곳에서 했던 행위의 눈높이와 움직임을 따라가듯 전개된다. 사라진 풍경은 잔영처럼 드러나고, 작가가 일했던 그곳의 기억은 다시 살아난다. 체육관은 신체를 단련하는 장소였으나, 동시에 땀과 시간, 호흡과 소리가 켜켜이 쌓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특히 영상 속에는 여전히 켜진 채 복싱 경기를 내보내는 텔레비전이 등장하며, 공간의 기억과 현재가 겹쳐지는 장면을 만든다. 작가는 사라진 체육관의 풍경을 기록하며, 그곳이 품었던 기억과 감각이 어떻게 다시 형상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몸과 공간이 맺었던 관계를 유령 같은 이미지로 재현하며, 부재와 재현, 망각과 소환이 교차하는 순간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는 「수수상승 흑환재생」과 마찬가지로, 소멸된 사물과 공간이 어떻게 예술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을 부여받는지를 탐색하는 연속된 시도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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